"역사는 과연 진짜로 있었던 사실일까요, 아니면 그것을 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까요?" 에드워드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잘 모르겠더라고요. 우리는 흔히 역사를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왜곡될 리 없다고요. 책이나 교과서에 나오는 전쟁이나 혁명 같은 사건들이 그 자체로 진실이라고 믿는 거죠. 그런데 이 책의 작가인 카는 이렇게 말합니다. "역사는 그때 있었던 사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 저는 이 책을 역사적 사실, 역사학자, 역사의 역할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나누어 후기를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역사적 사실: 진실일까, 해석일까?
카는 역사적 사실이란 ‘중요하다고 여겨져 선택된 사건들’이라고 봅니다. 이를테면, 매일매일 수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그중에 어떤 것들은 역사로 남고, 어떤 것들은 그냥 잊힙니다. 이걸 결정하는 건 결국 기록을 남기는 사람들의 선택이라는 거죠.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전쟁이나 혁명 같은 사건은 그 시기에 많은 일들 중에서 선택된 것들입니다. 그런데 누가 선택했느냐,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프랑스혁명을 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들은 이를 민주주의를 향한 위대한 시작이라고 볼 겁니다. 반면, 누군가는 사회 질서를 망가뜨린 혼란의 시기로 볼 수도 있죠. 카는 이런 예를 통해, 우리가 역사를 읽을 때 단순히 기록된 내용만 볼 게 아니라, 그것이 왜 기록되었고, 어떤 맥락에서 쓰였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결국, 역사란 단순한 사실의 집합이 아니라, 선택과 해석의 결과라는 거죠.
역사학자란 누구인가
우리는 흔히 역사학자를 과거의 일을 기록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책의 작가 ‘카’는 역사학자란 그저 과거의 일을 해석하고 의미를 찾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전쟁이라도 승자의 기록과 패자의 기록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승리한 자는 이를 긍정적이고 좋았던 입장에서만 글을 쓸 것이고, 패배한 자는 불행하고 힘들었던 입장에서 글을 쓸 테니까요. 그래서 역사학자가 완전히 객관적일 수 없다고도 말합니다. 역사를 쓴 사람도 결국 한 사람이고, 자신이 살던 시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주관적인 시선으로 쓸 수밖에 없다는 말이지요. 맞습니다. 저라도 제가 살고 있는 시대를 굉장히 주관적으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역사는 단순히 ‘그때 그런 일이 있었대’라는 식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그것을 쓴 사람의 관점과 그 시대의 배경까지 고려해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역사의 역할
카는 역사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을 이해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역사는 왜 중요한 걸까요? 그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가 과거를 배운다는 건 그 과거를 통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는 과정이라는 겁니다. 현대 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모든 정보가 다 진실일까요?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단순히 기록된 정보를 믿지 말고, 그것이 왜, 어떻게 쓰였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비판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프랑스혁명은 누군가에게는 자유와 평등을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혼란과 폭력의 시기일 수도 있죠. 둘 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본다는 거죠. 카는 이처럼 역사는 사건 그 자체보단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담긴 해석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역사를 읽을 때 단순히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누가 그것을 선택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역사란 무엇인가』는 단순히 역사를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역사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새롭게 하고, 더 나아가 지금과 앞으로의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특히 오늘날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카의 메시지는 우리가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 줍니다. 역사는 그저 과거의 이야기,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란 것입니다. 현재를 비추고 미래를 준비하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카의 통찰은 여전히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