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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자본주의: 욕망, 자유와 억압, 탈영토화와 재영토화

by 철학러버 2025. 1. 21.

『욕망하는 자본주의』는 철학자 질 들뢰즈와 정신분석학자 펠릭스 가타리가 함께 쓴 독특한 책입니다. 처음에는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느낌이 들 수 있지만,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우리 삶과 놀랍도록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경제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는지를 깊이 파헤칩니다. 흥미로운 건 이 책이 자본주의를 비판하거나 찬양하지 않고,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조명한다는 점입니다. 욕망이라는 단어는 흔히 개인적인 감정이나 욕구로 받아들여지지만, 들뢰즈와 가타리는 이것이 단순히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와 시스템 전반에 걸쳐 작용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단순히 소비자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커다란 톱니바퀴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조금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욕망, 자유와 억압, 탈영토화와 재영토화 세 가지 주제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욕망하는 자본주의

욕망, 단순한 감정이 아닌 생산적 힘

들뢰즈와 가타리는 욕망을 단순히 "갖고 싶은 것"이나 "부족한 것"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욕망을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에너지라고 보았습니다. 쉽게 말해, 욕망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거죠. 예를 들어, 우리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좋은 기능, 더 멋진 디자인을 원합니다. 이 욕망이 기술 발전을 이끌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나오게 만드는 겁니다. 자본주의는 바로 이 욕망을 동력으로 삼아 끊임없이 성장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단순히 욕망을 느끼는 존재가 아니라 그 욕망을 통해 사회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자본주의는 우리의 욕망을 통해 발전하고, 다시 우리에게 더 많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과정에서 욕망이 단순히 개인의 욕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욕망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자유와 억압의 경계에서

들뢰즈와 가타리는 자본주의가 욕망을 통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방식으로 억압한다고 말합니다. 처음 들으면 다소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됩니다. 예를 들어, 오늘날 우리는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옵션을 가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그 선택지들은 대부분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무언가를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선택지들은 이미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 책은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자본주의는 우리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환상을 주지만, 실상은 우리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소비하게 만듭니다. 최신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멋지고 자유로운 삶처럼 보이지만, 그 유행은 결국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래서 들뢰즈는 우리가 자유롭게 보이는 동시에 자본주의의 톱니바퀴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 점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시 고민하게 만듭니다.

탈영토화와 재영토화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개념 중 하나는 "탈영토화"와 "재영토화"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간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상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전자상거래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습니다. 이런 과정을 들뢰즈는 "탈영토화"라고 부릅니다. 동시에 자본주의는 새롭게 열린 시장에 자신만의 규칙과 질서를 만들며 그곳을 다시 조직합니다. 이 과정을 "재영토화"라고 합니다.

탈영토화와 재영토화의 가장 큰 예는 디지털 기술입니다. 과거에는 물리적인 공간에서만 거래가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가상공간에서 더 많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상공간에서도 거대한 플랫폼 기업들이 규칙을 정하고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어갑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이런 방식으로 스스로를 재창조하며 확장한다고 말합니다. 이 점에서 자본주의는 놀랍도록 유연하고, 동시에 우리의 삶을 새롭게 조직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욕망하는 자본주의』는 단순히 자본주의를 비판하거나 찬양하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깊이 들여다보고, 욕망이 우리의 삶과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욕망은 더 이상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 중요한 동력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욕망의 시스템 안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고민하게 만들며,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체제 속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